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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을 만들어먹는 우주비행사들 [사진 = NASA Astronaut Jonny Kim]](https://blog.kakaocdn.net/dna/4gXW3/dJMcaih5C1K/AAAAAAAAAAAAAAAAAAAAAKYaGaiMk4adC0G_N-OekQRtQsJsif5jxunlAPbKMiIM/img.pn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722907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sXFnETAMmgQbkcxQlEGb%2FOgcrjo%3D)
솔직히 저는 우주비행사들이 그저 레토르트 식품만 먹고 지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우주정거장에서도 요리 실험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더군요. 무중력 상태에서 쿠키를 굽는 데 무려 2시간이나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우주에서의 조리가 얼마나 복잡한 과학적 도전인지 실감했습니다. 더 놀라운 건 입자가속기로 실제 금을 만들어내는 현대판 연금술까지 가능하다는 점이었습니다.
1. 무중력에서 쿠키를 굽는다는 것
우주정거장에서 오븐으로 쿠키를 굽는 실험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NASA와 유럽우주국(ESA)이 실제로 이런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지구에서는 5분이면 충분한 쿠키가 우주에서는 2시간이나 걸렸다고 합니다.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유는 대류현상 때문입니다. 대류란 뜨거운 공기가 위로 올라가고 차가운 공기가 아래로 내려오면서 열이 골고루 퍼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우리가 지구에서 요리할 때는 이 대류가 자동으로 일어나서 음식이 균일하게 익습니다. 하지만 무중력 공간에서는 무겁고 가벼운 차이가 없어서 공기가 움직이지 않습니다.
제가 이 원리를 이해하고 나니, 왜 우주에서 요리가 어려운지 확실히 알게 됐습니다. 열전달 방식은 크게 세 가지인데, 전도(물체끼리 직접 닿아서 열이 이동), 대류(공기나 액체가 움직이며 열을 옮김), 복사(전자기파로 열이 전달)가 있습니다. 무중력 공간에서는 이 중 대류만 작동하지 않는 셈입니다. 그래서 쿠키를 오븐에 넣어도 열이 고르게 퍼지지 못해 익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겁니다.
더 재밌는 건 튀김 실험도 진행됐다는 점입니다. 비행기가 포물선을 그리며 낙하할 때 생기는 짧은 무중력 상태에서 튀김을 해봤는데, 기포가 퍼지고 달라붙어서 제대로 안 될 거라는 예상과 달리 의외로 가능했다고 합니다. 기름의 기포가 음식물 표면에 잘 붙어서 튀기는 게 불가능하지 않다는 결과였습니다.
2. 에어프라이어가 우주 최적의 조리기구일까
무중력 상태에서 대류가 안 된다는 걸 알고 나니, 저는 문득 에어프라이어가 떠올랐습니다. 에어프라이어는 팬을 이용해서 강제로 뜨거운 공기를 순환시키는 방식이잖아요. 자연적인 대류가 아니라 기계적으로 공기를 돌리니까, 우주에서도 충분히 작동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우주 요리 연구에서도 이런 강제 순환 방식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원심분리 오븐이나 팬을 이용한 강제 환기 시스템이 실험되고 있다고 합니다. 에어프라이어의 작동 원리와 비슷한 셈입니다. 뜨거운 공기를 팬으로 강제로 순환시키면, 대류가 일어나지 않는 무중력 환경에서도 열을 고르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저온에서 천천히 익히는 수비드(Sous-vide) 요리법도 우주여행에 적합하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수비드는 진공 포장한 음식을 일정한 온도의 물속에 담가 익히기 때문에 식재료가 떠다닐 걱정이 없습니다.무엇보다도 중력이 없어 작동하지 않는 '대류' 대신, 물과 봉지가 직접 맞닿아 열을 전하는 '전도' 방식을 활용하므로 무중력 환경에서도 아주 안정적인 조리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치명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끓이는 행위가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물을 끓일 때 생기는 기포는 부력 때문에 위로 떠올라야 하는데, 무중력 공간에서는 부력이 없으니 기포가 그냥 합쳐져서 커지기만 합니다. 그래서 물이 골고루 섞이지 못하고, 라면을 끓이는 것 같은 조리법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요즘 시중에 나온 죽 만드는 기계처럼, 밑에서 인공적으로 저어주는 장치가 필요할 겁니다.
3. 입자가속기로 금을 만드는 현대판 연금술
입자가속기라고 하면 거대하고 복잡한 장치만 떠올렸는데, 사실 우리 집에도 있었습니다. 바로 옛날 브라운관 TV입니다. 브라운관 TV 뒤쪽에는 전자를 가속시켜서 화면에 쏘는 장치가 있는데, 이게 작은 입자가속기인 셈입니다. 전자를 만들어서 전압으로 가속시키고, 자기장으로 방향을 조절해서 형광물질에 충돌시켜 빛을 내는 원리입니다.
유럽에 있는 대형강입자가속기(LHC)는 이 원리를 거대한 규모로 구현한 겁니다. 둘레가 27km나 되는 원형 터널에서 양성자나 납 원자핵을 빛의 속도 99.9999%까지 가속시킵니다. 자기장이 핸들 역할을 해서 입자를 원형으로 돌게 하고, 전기장이 엔진 역할을 해서 입자를 가속시킵니다. 1초에 11,200번 정도 회전하는데, 이건 거의 빛의 속도로 달리는 겁니다.
저는 처음엔 이게 무슨 의미인지 몰랐는데, 계산해 보니 놀라웠습니다. 입자 한 덩어리의 에너지가 모기 하나의 운동에너지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 덩어리에 천억 개가 넘는 입자가 있고, 이런 덩어리가 2,808개나 동시에 돌고 있습니다. 다 합치면 400톤짜리 기차가 시속 150km로 달릴 때의 에너지와 맞먹는다고 합니다.
더 흥미로운 건, 이 장치로 실제로 금을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납 원자핵(양성자 82개)을 충돌시킬 때 고에너지 감마선이 발생하는데, 이게 납 원자핵에서 양성자 3개를 떼어냅니다. 그러면 양성자가 79개인 금이 되는 겁니다. 4년간 실험해서 860억 개의 금 원자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무게로 환산하면 29 피코그램(pg), 즉 10의 마이너스 12승 그램입니다. 한 돈(3.75g)의 1억 분의 1 수준입니다.
4. 우주 요리와 입자물리학이 주는 교훈
제가 이 내용들을 정리하면서 느낀 건, 인간의 미식 욕구와 과학적 호기심은 참 끈질기다는 점입니다. 생존만 생각하면 우주에서 굳이 쿠키를 구울 필요가 없습니다. 레토르트 식품이나 영양 캡슐로 충분하죠. 하지만 NASA와 ESA는 우주비행사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조리법을 연구합니다.
입자가속기로 금을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제적으로는 전혀 이득이 없습니다. 전기료와 장비 운영비를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적자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 합니다. 고대 연금술사들의 꿈을 현대 물리학으로 실현한 셈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쓸모없어 보이는' 연구가 나중에 예상 밖의 응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중력 조리 연구는 화성 탐사 같은 장기 우주여행에 필수적일 수 있고, 입자가속기 기술은 의료용 동위원소 생산에도 활용됩니다. 당장의 실용성보다는 인간의 궁금증과 도전 정신이 과학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인 것 같습니다.
다만 조심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우주에서 요리할 때 발생하는 기름 입자나 부스러기가 무중력 상태에서 떠다니다가 정밀 기기에 들어가면 고장 날 위험이 큽니다. 조리 방식 개선만큼이나 요리 부산물을 포획하고 처리하는 기술도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