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에서는 오로라를 절대 볼 수 없다"는 통념이 있습니다. 그런데 조선왕조실록에는 무려 200회가 넘는 오로라 관측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저는 이 사실을 알고 나서 무릎을 탁 쳤습니다. 우리 조상들이 본 오로라는 녹색이 아닌 붉은색이었고, 그 이유는 지구의 곡률 때문이었습니다. 태양이 지구에 보내는 강력한 신호인 태양폭풍과 지자기폭풍, 그리고 밤하늘을 수놓는 유성우까지, 이 모든 현상에는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1. 태양폭풍과 지자기폭풍, 그리고 오로라의 원리
태양은 끊임없이 에너지를 우주로 방출합니다. 이 과정에서 태양 표면 근처에서 발생하는 강력한 에너지 분출을 태양폭풍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태양폭풍이란 태양 전체가 폭발하는 것이 아니라, 태양의 외곽 대기층인 코로나에서 막대한 양의 플라스마 입자가 방출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현상을 코로나질량분출(CME, Coronal Mass Ejection)이라고 합니다.
CME가 발생하면 고에너지 하전입자들이 지구를 향해 날아옵니다. 이 입자들이 지구 자기장과 만나면서 자기장의 큰 교란이 발생하는데, 이를 지자기폭풍이라고 합니다. 태양 활동이 극대기일 때는 하루에도 3번 정도 CME가 관측되지만, 극소기에는 5일에 한 번 꼴로 발생합니다(출처: 한국천문연구원). 이 주기는 약 11년을 기준으로 반복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1859년 캐링턴 이벤트(Carrington Event) 기록을 읽으며 그 위력에 놀랐습니다. 당시 발생한 거대 태양폭풍은 18시간 만에 지구에 도달했는데, 보통 이틀에서 나흘이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입자들의 속도가 얼마나 빨랐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의 전보 통신망이 마비되었고, 심지어 전신 장치에 불이 붙기도 했습니다. 하와이에서도 오로라가 관측되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오로라가 발생하는 원리는 명확합니다. 태양에서 날아온 하전입자들이 지구 자기장에 이끌려 극지방으로 모이고, 대기의 산소 원자 및 질소 분자와 충돌하면서 빛을 냅니다. 높은 고도에서는 붉은색, 중간 고도에서는 녹색과 푸른색 오로라가 만들어집니다. 여기서 나노테슬라(nT)란 자기장의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로, 지구 자기장의 수평 성분 변화를 측정할 때 사용됩니다. 2024년 5월에 관측된 지자기폭풍은 73nT의 변화를 기록했지만, 1989년 퀘벡 대정 전을 일으킨 사건은 무려 -589nT에 달했습니다(출처: 미국 NOAA).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는 녹색 오로라가 아닌 붉은색 오로라 기록이 많을까요? 지구가 둥글기 때문입니다. 극지방에서 발생하는 오로라 중 낮은 고도의 녹색 오로라는 지구의 곡률 때문에 중위도 지역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반면 높은 고도에서 만들어지는 붉은색 오로라는 시야에 들어옵니다.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대부분의 오로라가 붉은 빛이었던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주요 태양폭풍 사건과 그 영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1859년 캐링턴 이벤트: 18시간 만에 지구 도달, X15급 태양플레어, 하와이에서도 오로라 관측
- 1989년 퀘벡 대정전: 900만 명이 9시간 동안 정전, X15급 태양플레어
- 2024년 5월 지자기폭풍: 한국 화천에서 오로라 관측, X5.7급 태양플레어
2. 유성우와 별똥별의 정체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별똥별, 즉 유성의 정체는 혜성이 남긴 먼지 입자입니다. 혜성이 태양 주위를 공전하면서 우주 공간에 흩뿌린 작은 입자들이 지구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대기와의 마찰로 빛을 내는 것입니다. 저는 "별이 남긴 똥"이라는 비유가 과학적 사실과 정확히 들어맞는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혜성이 남긴 찌꺼기라는 의미에서 별똥이라는 이름이 참으로 적절합니다.
유성우(流星雨)란 짧은 시간 동안 마치 비처럼 쏟아지는 유성 현상을 말합니다. 지구의 공전궤도가 혜성이 지나간 궤도와 만날 때 대량의 먼지 입자가 대기권에 유입되면서 발생합니다. 특정 날짜에 유성우를 예측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2024년 12월 14일 쌍둥이자리 유성우는 파에톤(Phaethon) 혜성이 남긴 입자들이 원인이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유성우를 관측하기 가장 좋은 시간이 새벽녘이라는 사실입니다. 지구가 자전하면서 공전 방향으로 나아갈 때, 새벽 쪽은 지구가 우주 먼지를 정면으로 맞이하는 방향입니다. 반대로 저녁 쪽은 지구가 뒤로 물러나는 방향이기 때문에 대기권에 진입하는 입자의 상대속도가 낮습니다. 제 경험상 새벽 2~4시 사이에 관측하면 육안으로도 1분에 수 개의 유성을 볼 수 있습니다.
유성우를 촬영한 사진을 보면 마치 하늘의 한 점에서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를 복사점(輻射點)이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모든 유성이 평행하게 날아오지만 원근법 때문에 한 점에서 퍼져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여기서 원근법이란 멀리 있는 물체가 한 점으로 수렴하는 것처럼 보이는 시각적 효과를 의미합니다. 도로의 가로수가 먼 곳에서 한 점으로 모이는 것처럼 보이는 원리와 같습니다.
유성의 크기는 대부분 굵은 모래알 정도에 불과하지만, 초속 50km라는 엄청난 속도로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약 70km 상공에서 밝은 빛을 냅니다. 특히 밝은 유성을 화구(火球, Fireball)라고 부르며, 완전히 타지 못하고 땅에 떨어진 것을 운석(隕石)이라고 합니다.
저는 최근 밤하늘에서 밝게 빛나며 떨어지는 물체 중 일부가 인공위성 잔해일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됩니다. 우주 쓰레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자연 유성과 인공물체를 구분하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과학적으로 정확한 관측과 기록이 더욱 중요해진 시점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태양은 끊임없이 에너지를 방출하고 있고, 우주 공간에는 혜성이 남긴 먼지 입자들이 떠다니고 있습니다.
1859년 캐링턴 이벤트급 태양폭풍이 지금 발생한다면 전 세계 인터넷과 GPS가 마비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태양 관측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틀에서 나흘의 준비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태양 활동이 극대기일 때 북쪽 지역에서 붉은색 오로라를 관측할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은 단순한 낭만이 아니라, 우주와 지구가 주고받는 신호를 읽어내는 과학적 행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