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처음 다세계 해석이라는 걸 들었을 때 저는 그냥 SF 영화 설정인 줄 알았습니다. 제가 점심에 짜장면을 고른 순간 우주가 둘로 갈라져서, 다른 우주의 저는 짬뽕을 먹고 있다는 이야기잖아요. 그런데 이게 실제로 물리학자들이 진지하게 논의하는 이론이라는 걸 알고 나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더 놀라운 건 이 이론이 아인슈타인이 평생 부정했던 양자역학의 기묘한 현상을 설명하려는 시도에서 나왔다는 점입니다.
1. 전자는 파동일까, 입자일까
양자역학의 가장 기묘한 발견은 전자가 파동인 동시에 입자라는 사실입니다. 파동은 물결이나 소리처럼 에너지가 퍼져나가는 현상이고, 입자는 야구공처럼 질량을 가진 물체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이 둘은 완전히 다른 존재인데, 전자는 이 두 가지 성질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유명한 이중 슬릿 실험이 이걸 증명했습니다. 구멍 두 개가 뚫린 판에 전자를 쏘면 뒤쪽 스크린에 여러 줄의 간섭무늬가 나타납니다. 이건 전자가 파동처럼 두 구멍을 동시에 통과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과학자들이 전자가 어느 구멍을 지나가는지 관측하는 순간, 간섭무늬가 사라지고 두 줄만 나타났습니다. 전자가 입자로 변한 겁니다.
제가 처음 이 실험 결과를 봤을 때 이해가 안 갔습니다. 쳐다보기만 했는데 전자의 행동이 바뀐다니요. 마치 전자가 관측당하는 걸 의식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 기묘한 현상이 양자역학의 핵심이고, 물리학자들이 백 년 가까이 논쟁하는 이유입니다.
2. 코펜하겐 해석과 슈뢰딩거의 고양이
닐스 보어를 중심으로 한 코펜하겐 학파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관측하기 전까지 전자는 모든 가능한 상태에 동시에 존재하는 중첩 상태이고, 관측하는 순간 파동함수가 붕괴되면서 하나의 상태로 확정된다는 겁니다. 상자 속 전자는 관측 전까지는 상자의 모든 곳에 확률적으로 존재하다가, 뚜껑을 여는 순간 한 곳에만 나타난다는 식입니다.
슈뢰딩거는 이 해석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유명한 사고실험을 제시했습니다. 상자 속에 고양이와 독가스 장치를 넣고, 양자 입자의 상태에 따라 독가스가 방출되게 만들면 어떻게 될까요. 코펜하겐 해석대로라면 상자를 열기 전까지 고양이는 살아있으면서 동시에 죽어있는 상태여야 합니다.
이건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제 경험상 고양이는 살아있거나 죽어있거나 둘 중 하나지, 두 상태를 동시에 유지할 수 없으니까요. 슈뢰딩거는 이 모순을 지적하려고 이 실험을 제안한 건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고양이 실험이 양자역학의 가장 유명한 예시가 되어버렸습니다.
3. 다세계 해석, 우주는 계속 갈라진다
1957년 휴 에버렛이라는 대학원생이 완전히 다른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파동함수가 붕괴하는 게 아니라, 관측할 때마다 우주가 여러 개로 갈라진다는 겁니다. 전자가 오른쪽 구멍을 지나간 우주와 왼쪽 구멍을 지나간 우주가 동시에 존재하고, 관측자도 함께 둘로 나뉜다는 이론입니다.
이 해석의 장점은 단순함입니다. 측정이나 파동함수 붕괴 같은 애매한 개념이 필요 없습니다. 그냥 슈뢰딩거 방정식대로 우주가 진행하고, 갈라질 뿐입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도 간단하게 설명됩니다. 한 우주에서는 고양이가 살아있고, 다른 우주에서는 죽어있습니다. 둘 다 실제로 존재합니다.
저는 처음에 이 이론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마블 영화처럼 진짜 멀티버스가 있다니 흥미진진하잖아요.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니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입자들끼리 상호작용할 때마다 우주가 갈라진다면, 1초에 몇 조 개의 우주가 생겨나는 걸까요. 그 엄청난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4. 다세계 해석의 문제점들
다세계 해석은 여전히 많은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첫째로 관측 문제입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입자 간 상호작용은 자연계에서 엄청나게 자주 일어납니다. 이게 다 우주 분리로 이어진다면 우주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증가할 겁니다. 하지만 왜 갈라지는지, 어떻게 갈라지는지 명확한 설명이 없습니다.
둘째는 확률의 의미입니다. 다세계 해석에서는 모든 가능한 결과가 다 실현됩니다. 그렇다면 양자역학이 말하는 확률은 무슨 의미일까요. 전자가 70% 확률로 여기 있다는 건 무슨 뜻일까요.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이 다 일어난다면 확률이라는 개념 자체가 무의미해집니다.
셋째는 에너지 보존 법칙입니다. 우주가 갈라질 때마다 물질과 에너지가 복사되면 전체 에너지가 증가하게 됩니다. 이건 물리학의 가장 기본적인 법칙인 에너지 보존 법칙에 위배됩니다. 제가 물리학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이 부분은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마지막으로 증명이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다른 우주로 갈 수도 없고 관측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건 과학이 아니라 철학이나 믿음에 가까운 게 아닐까요. 실험으로 검증할 수 없는 이론을 과학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다세계 해석은 분명 매력적인 이론입니다. 복잡한 측정 문제를 피할 수 있고, SF 같은 상상력을 자극하니까요. 실제로 현대 물리학자 중 상당수가 이 해석을 지지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많고, 코펜하겐 해석이나 파일럿 파동 이론 같은 다른 해석들도 여전히 경쟁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양자역학의 진짜 의미를 이해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어쩌면 우리가 상상도 못 한 완전히 새로운 해석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