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근처에 가면 정말 젊음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면서 저는 진지하게 이 질문을 던졌습니다. 중력이 강한 곳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는 상대성이론의 예측이 실제로 증명된 사실이라는 걸 알게 된 후, 시간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꽤 흥분했었습니다. 하지만 물리학자들의 답변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과거로 가는 건 불가능하지만 미래로 가는 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느끼는 시간과 물리적 시간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점이었습니다.
1.물리학이 말하는 시간 조절의 한계: 왜 우리는 블랙홀에서도 젊어질 수 없을까?
비행기 조종사가 평생 시속 1000km로 비행만 한다면 몇 초나 젊어질까요? 답은 고작 1초 정도입니다. 빛의 속도의 30%, 그러니까 1초에 10만km를 이동하는 속도로 움직여도 시간 지연 효과는 5%밖에 안 됩니다. 다른 나라의 100년 미래가 나한테는 95년으로 느껴지는 수준이죠. 이 정도 차이면 현실적으로 의미가 없습니다.
더 놀라운 건 우리 일상에서도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는 사실입니다. 아파트 1층에 사는 사람과 펜트하우스에 사는 사람은 물리적으로 다른 속도의 시간을 경험합니다. 중력이 강한 아래층이 더 느리게, 위층이 더 빠르게 흐르죠. 물론 그 차이는 극히 미세해서 현대의 정밀한 원자시계로나 측정 가능한 수준입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현실과 이론의 괴리를 느꼈습니다. 인터스텔라의 밀러 행성처럼 블랙홀 근처에서 극단적인 시간 지연을 경험하는 건 이론적으로 가능합니다. 하지만 본인이 느끼는 시간은 여전히 똑같습니다. 내가 1시간을 보내는 동안 지구에서는 7년이 흐르지만, 나는 그저 1시간을 경험할 뿐이죠. 결국 상대적으로 덜 늙어 있는 상태로 돌아오는 것뿐, 내 주관적 삶이 길어지는 건 아닙니다.
2.뇌가 만들어내는 시간의 착각: 15분의 낮잠이 대하드라마가 되는 이유
그렇다면 우리가 실제로 경험하는 시간 감각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낮잠을 20분 잤는데 16부작 미니시리즈급 꿈을 꾼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겁니다. 저도 차 안에서 잠깐 졸았다가 깨어났을 때 엄청난 서사의 꿈을 꾸고 시계를 봤는데 겨우 15분이 흘렀던 적이 있습니다. 이건 물리적 시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현상입니다.
죽기 직전 보이는 주마등 현상도 마찬가지입니다. 뇌 속 송과체에서 분비되는 다이메틸트립타민(DMT)이라는 물질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쥐 실험 결과 죽기 직전 이 물질의 분비량이 평소보다 6배나 급증한다는 게 밝혀졌죠. 멜라토닌과 비슷하게 생긴 이 분자가 우리의 시간 감각을 극적으로 왜곡시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화학적 설명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습니다. 쥐 실험 결과를 인간의 복잡한 감정과 기억이 얽힌 주마등 현상에 그대로 적용하는 건 지나친 단순화입니다. 인간의 의식은 단일 화학 물질 하나로 정의하기엔 너무 다층적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이유도 뇌과학으로 설명됩니다. 뇌는 새로운 경험의 양으로 시간을 측정합니다. 어릴 때는 모든 게 낯설고 새로워서 뇌가 정보를 조밀하게 기록하지만, 성인이 되면 모든 게 예측 가능해져서 정보를 압축 저장합니다. 그래서 시간이 빠르게 느껴지는 거죠.
제 경험상 이건 상당히 정확합니다. 2박 3일 유럽 여행을 다녀왔을 때, 돌이켜보면 일주일은 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모든 풍경과 경험이 새로웠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한 달은 일주일처럼 휙 지나가버렸고요.
일각에서는 기억의 신선함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반박합니다. 극도의 공포나 긴박한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뇌가 정보를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처리할 때도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겁니다. 경험의 질보다는 뇌의 처리 부하가 더 중요하다는 시각이죠.
결국 우리가 원하는 건 물리적 시간의 조작이 아니라 체감 시간의 연장입니다. 리미트리스 같은 영화에서 알약으로 두뇌를 가속시키는 건 현실적으로 가능합니다. 하지만 부작용이 얼마나 심각할지 모르기 때문에 실행하지 않는 것뿐입니다. LSD나 각종 약물이 개인의 시간 인지를 뒤바꾸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니까요.
저는 이 모든 논의를 정리하면서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시간을 느리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새로운 경험을 지속적으로 쌓는 것입니다. 물리학의 시간 지연 효과는 너무 미미하고, 화학적 조작은 위험합니다. 결국 우리에게 남은 건 의식적으로 일상에 변화를 주고, 낯선 자극을 받아들이며, 뇌가 '이건 중요한 기억'이라고 판단할 만한 순간들을 만들어가는 것뿐입니다. 어쩌면 이게 가장 인간적이고 안전한 시간 여행법일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은 유독 시간이 느리게 갔던 특별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혹은 나이가 들면서 저처럼 시간이 빨라지는 걸 실감하고 계시는가요? 댓글로 여러분의 시간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