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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이 어두운 이유 (우주 팽창, 빅뱅 이론, 올베르스 역설)

by 정보한칸 2026. 2. 28.

밤하늘이 어두운 이유 (우주 팽창, 빅뱅 이론, 올베르스 역설)
밤하늘이 어두운 이유 (우주 팽창, 빅뱅 이론, 올베르스 역설)

 

솔직히 저는 밤하늘이 왜 어두운지 한 번도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었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 단순해 보이는 질문 하나가 수백 년 동안 천문학자들을 괴롭혀 온 난제였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우주에는 셀 수 없는 별들이 있는데 왜 밤하늘은 태양처럼 환하게 빛나지 않을까요? 이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우주의 나이, 팽창, 그리고 빛의 속도까지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1.뉴턴의 고민과 올베르스의 역설

뉴턴은 자신이 발견한 만유인력을 우주 전체에 적용하면서 이상한 모순을 발견했습니다. 우주에 있는 모든 별들이 서로를 끌어당기면 우주 전체가 점점 수축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런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거든요. 뉴턴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주가 무한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사방팔방에서 같은 세기로 잡아당기면 어느 쪽으로도 끌려가지 않는다는 논리였죠.

 

그런데 이 '무한한 우주' 가정에서 또 다른 심각한 모순이 튀어나왔습니다. 1823년 독일 천문학자 하인리히 올베르스가 제기한 문제인데, 우주가 무한하고 별이 골고루 퍼져 있다면 어느 방향을 봐도 시선 끝에는 반드시 별이 있어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마치 나무가 빽빽하게 심긴 무한한 숲 속에서는 어디를 봐도 나무가 보이는 것처럼 말이죠.

 

수학적으로 따져보면 더 흥미롭습니다. 별이 멀리 있을수록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여 어둡게 보이지만, 동시에 더 먼 거리까지 볼수록 그 공간에 들어오는 별의 개수도 거리의 제곱에 비례해서 늘어납니다. 여기서 역제곱 법칙(Inverse Square Law)이 적용되는데, 이는 빛의 밝기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여 감소한다는 물리 법칙입니다. 어두워지는 효과와 별이 늘어나는 효과가 정확하게 상쇄되면서 이론상 밤하늘 전체가 태양 표면처럼 타오르고 있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죠. 실제 계산으로는 밤하늘이 태양보다 15만 배는 밝아야 합니다. 이게 바로 올베르스의 역설입니다.

 

당시 학자들이 이 역설을 해결하려고 여러 시도를 했지만 전부 실패했습니다. 올베르스 본인은 먼지와 가스 구름이 먼 별빛을 가로막는다는 '가스층 흡수 이론'을 내놨는데, 무한한 시간 동안 별빛을 흡수한 먼지 구름은 결국 스스로 빛을 뿜는 발광성운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이것도 폐기됐습니다. 제가 흥미롭게 본 부분은 바로 여기서였습니다. 공포 소설가 에드거 앨런 포가 1848년 죽기 1년 전에 펴낸 산문시집 '유레카'에서 먼 별들의 빛이 아직 지구까지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거든요. 전문 천문학자들이 수백 년째 풀지 못한 문제의 핵심을 소설가가 직관적으로 짚어낸 셈입니다.

2.허블의 발견과 우주 팽창의 비밀

반전은 20세기에 찾아왔습니다. 1929년 에드윈 허블이 충격적인 관측 결과를 발표했는데, 멀리 있는 은하들이 전부 우리에게서 멀어지고 있고 멀리 있을수록 더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출처: NASA). 이 발견은 우주가 원래부터 지금의 모습으로 무한히 존재했다는 당시의 우주관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었습니다. 우주에는 시작이 있었다는 거죠.

 

저는 여기서 아인슈타인의 이야기가 다시 등장한다는 점이 재밌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 방정식을 제대로 풀면 우주는 팽창하거나 수축해야 한다는 해가 나오는데, 아인슈타인은 그 결과를 믿지 않으려고 방정식에 우주상수(Cosmological Constant)라는 임의의 수를 집어넣어 정적인 우주가 유지되도록 보정해 버렸습니다. 여기서 우주상수란 우주의 팽창이나 수축을 막기 위해 도입한 수정 항으로, 일종의 반중력 역할을 하는 값입니다. 러시아 수학자 알렉산더 프리드만이 그 방정식을 올바르게 풀어 우주 팽창을 수학적으로 예측했지만 당시엔 주목받지 못했고, 허블의 강연을 직접 듣고 나서야 아인슈타인은 그 보정이 틀렸다고 인정하면서 '내 생애 최대의 실수'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우주의 나이가 약 138억 년이라면 빛의 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우리가 볼 수 있는 범위는 제한됩니다. 그 바깥에 있는 별들의 빛은 아직 지구까지 도착하지 못한 거예요. 참고로 관측 가능한 우주의 반지름은 138억 광년이 아닙니다. 우주가 팽창하는 동안 그 경계도 계속 멀어졌기 때문에 현재 기준으로 약 460억 광년 정도까지가 관측 한계이고, 지름으로 치면 약 920억 광년 정도 되는 거대한 공간입니다.

 

그런데 저는 처음에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완전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138억 광년 범위 안에도 수천억 개의 은하가 있으니 밤하늘이 꽤 밝아야 하는 거 아닐까요? 여기서 두 번째 이유가 결정적으로 등장합니다.

3.적색편이와 우주의 실제 색깔

공간 자체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핵심입니다.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더 빠른 속도로 우리에게서 멀어지고 있고, 아주 먼 은하들은 빛보다도 빠른 속도로 멀어지기 때문에 그 별들의 빛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지구에 닿지 못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여기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빛보다 빠른 것은 없다고 했는데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의문이었죠.

 

답은 간단합니다. 우주 팽창은 도플러 효과와 다릅니다. 도플러 효과(Doppler Effect)는 음원이나 광원이 직접 이동할 때 파장이 변하는 현상인데, 구급차 사이렌이 가까워질 때 높은 소리로 들리고 멀어질 때 낮은 소리로 들리는 것이 그 예입니다. 하지만 우주 팽창은 은하가 직접 움직이는 게 아니라 은하들이 박혀 있는 공간 자체가 늘어나는 겁니다. 건포도가 박힌 빵 반죽이 구워지면서 부풀어 오를 때를 상상해 보세요. 건포도가 직접 이리저리 움직이는 게 아니라 반죽 자체가 커지면서 건포도 사이 간격이 벌어지는 거잖아요.

팽창에는 또 다른 효과도 있습니다. 바로 적색 편이(Redshift)인데, 멀리 있는 별의 빛은 우주 공간이 늘어나면서 파장이 함께 길어집니다. 여기서 적색 편이란 천체가 멀어지면서 빛의 파장이 길어져 스펙트럼이 빨간색 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파장이 길어지면 빨간색 쪽으로 이동하다가 결국에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적외선 영역으로 넘어가 버립니다. 더 멀리 있을수록 이 효과가 강하게 나타나서 아주 먼 은하의 빛은 파장이 수십 배에서 수백 배까지 늘어나기도 합니다.

 

1995년 허블 우주망원경의 책임자 로버트 윌리엄스가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까만 하늘 한 조각에 망원경을 고정하고 10일간 빛을 모아서 사진을 찍었는데, 당시 NASA 연구원들은 이걸 미친 짓이라며 비웃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진이 공개되자 천문학계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제가 봤을 때도 충격적이었는데,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던 그 작은 공간 안에 무려 3천 개가 넘는 은하가 찍혀 나왔거든요. 팔을 뻗고 새끼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면 손톱 넓이의 1% 정도밖에 안 되는 극히 작은 영역에서 이 숫자가 나온 겁니다.

 

밤하늘에는 빛이 아예 없는 걸까요? 그건 또 아닙니다. 빅뱅 직후 우주 전체에 퍼졌던 빛이 지금도 사방에서 균일하게 들어오고 있는데, 이걸 우주 배경복사(Cosmic Microwave Background, CMB)라고 합니다. 여기서 우주 배경복사란 빅뱅 직후 약 38만 년 뒤 우주가 식으면서 방출된 초기 우주의 열복사로, 현재는 마이크로파 영역에서 관측됩니다. 이 빛도 우주 팽창으로 파장이 엄청나게 늘어나서 마이크로파 영역으로 넘어가 버렸기 때문에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1965년에 처음 발견됐을 때 빅뱅 이론을 결정적으로 뒷받침하는 증거가 됐고, 이 발견으로 두 발견자는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출처: 노벨상 위원회).

 

더 놀라운 사실도 있습니다. 우주의 팽창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거죠. 1998년에 천문학자들이 초신성을 관측하다가 발견했는데, 암흑 에너지(Dark Energy)라는 정체불명의 에너지가 우주 전체를 바깥으로 밀어내고 있고 이게 우주 전체 에너지의 약 68%를 차지하는 걸로 추정됩니다. 여기서 암흑 에너지란 우주의 가속 팽창을 일으키는 미지의 에너지로, 중력과 반대로 작용하여 우주를 밀어내는 힘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부분에서 가장 큰 궁금증을 느꼈습니다. 우주 전체 에너지의 68%나 차지한다는데 왜 아직도 정체를 모르는지, 우리 일상에는 어떤 영향을 주는지 말이죠.

 

우주 전체의 빛을 다 섞으면 어떤 색이 될까요? 별은 질량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데, 무거운 별은 파란색, 가벼운 별은 노르스름한 색을 냅니다. 우주에는 가벼운 별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전체 별빛을 다 섞으면 노르스름한 상아색에 가까운 따뜻한 색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천문학자들은 이 색깔에 재미 삼아 '코스믹 라테(Cosmic Latte)'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묘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까맣게 보이는 우주의 색이 사실은 따뜻한 라테색이라니, 어두운 밤하늘과 따뜻한 라테색이 같은 우주를 가리킨다는 게 아이러니하게 느껴졌거든요.

 

결국 밤하늘이 어두운 건 우주의 별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우주가 시작된 지 138억 년밖에 안 됐기 때문에 먼 곳의 빛이 아직 오지 못한 것이고, 우주가 팽창하면서 빛의 파장이 우리 눈이 감지하지 못하는 영역으로 밀려나 버린 겁니다. 이 단순해 보이는 질문 하나가 수백 년에 걸쳐 뉴턴의 중력, 올베르스의 역설, 허블의 팽창 발견, 아인슈타인의 실수, 빅뱅 이론까지 전부 연결된 거예요. 밤하늘이 까맣다는 사실 하나가 우주의 나이와 구조, 미래까지 품고 있는 셈입니다. 오늘 밤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세요. 그 어둠 속에 138억 년 전 빅뱅의 잔열이 전파로 채워져 있고, 파장이 늘어나 우리 눈엔 보이지 않는 수조 개의 별빛이 지금 이 순간도 지구를 통과하고 있다는 걸 알고 보면 까만 밤하늘이 전혀 다르게 보일 겁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sqlojbdVl7k&t=8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