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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 제목의 비밀 (양자역학, 행렬, 시뮬레이션)

by 정보한칸 2026. 2. 23.

매트릭스 제목의 비밀 (양자역학, 행렬, 시뮬레이션)
매트릭스 제목의 비밀 (양자역학, 행렬, 시뮬레이션)

 

영화 '매트릭스'의 제목이 단순히 가상현실을 뜻하는 게 아니라 양자역학의 핵심 도구인 '행렬'에서 왔다면 어떨까요? 워쇼스키 자매가 정말 양자역학을 이해하고 저 제목을 붙였다는 가설이 있습니다. 저는 이 연결고리를 처음 접했을 때 소름이 돋았습니다. 세상이 알고 보니 행렬 데이터였다는 발상이 SF 상상력을 넘어 과학적 근거와 맞닿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지적 쾌감을 줬습니다.

1. 양자역학은 왜 행렬로 쓰여 있을까

양자역학 교재를 펼치면 대부분의 수식이 행렬로 기술되어 있습니다. 행렬은 숫자나 기호를 사각형 배열로 나열한 것인데, 원래는 연립방정식을 간편하게 풀기 위해 등장한 개념입니다. 1848년 제임스 조지 실베스터가 논문에서 처음 소개했고, 1858년 아서 케일리가 본격적으로 이론을 다뤘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로는 군대에서 병력이나 보급품을 관리하기 위해 숫자를 표 형태로 나열하던 게 발전해 행렬이 됐다는 설도 있습니다.

 

행렬의 핵심은 '불연속적인 데이터'를 담기 좋다는 점입니다. 일반 수식은 숫자와 숫자를 연결하는 아교 같은 역할을 하지만, 행렬은 그냥 숫자를 사각형 칸에 채워 넣는 겁니다. 원자의 에너지 준위를 보면 연속적이지 않고 군데군데 띄엄띄엄 존재합니다. 이런 불연속적 데이터를 표현할 때 행렬만큼 효율적인 도구가 없습니다. 아날로그시계는 1시 24분 10초, 1시 24분 15초 같은 연속적 시간을 표현하지만, 디지털시계는 7시 02분, 7시 03분처럼 불연속적으로 존재합니다. 양자 세계가 바로 이 디지털시계 같은 구조라는 겁니다.

 

1925년 하이젠베르크는 물리적 현상을 수학적으로 변환하는 작업을 하다가 이상한 사실을 발견합니다. 물리량을 곱할 때 순서를 바꾸면 결과가 달라진다는 겁니다. 3 곱하기 5는 15이고 5 곱하기 3도 15인데, 하이젠베르크가 다룬 물리량은 순서를 바꾸니 다른 값이 나왔습니다. 알고 보니 그가 옮긴 건 숫자가 아니라 행렬이었고, 행렬은 교환법칙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천재도 당황한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초등학생도 아는 곱셈 순서가 바뀌었는데 답이 다르다니, 그가 느꼈을 혼란이 상상됩니다.'고작 곱셈 순서 좀 바뀐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인가'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이 우연한 발견이 양자역학 전체를 바꿨다는 점에서 과학사의 드라마틱한 순간이라고 봅니다. 하이젠베르크는 이 행렬 역학을 바탕으로 1927년 불확정성 원리를 발표합니다.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는 이 원리는 당시로서는 엄청난 리스크였습니다. 과학은 확실한 걸 다루는데, '확정할 수 없다'는 것 자체를 원리로 제시했으니까요. 제가 누리호 발사 중계를 할 때 과학자가 나와서 "최종 고도는 불확실합니다"라고 발표한다면 얼마나 황당하겠습니까.

2.현실도 시뮬레이션일 가능성

워싱턴대학교 물리학과 사일러스 빈 교수팀은 2012년 논문에서 우주가 시뮬레이션인지 탐구하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자연계 네 가지 힘(약력, 강력, 전자기력, 중력)을 구현했더니 비대칭 현상이 발견됐습니다. 시뮬레이션 안에서 최소 단위격자 형태가 나타난 것이죠. 만약 현실에서도 이 격자무늬가 발견된다면 우리가 시뮬레이션 속에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녹색 숫자가 떨어지는 장면처럼 말이죠.라는 의견도 있지만, 실제로는 이 격자를 확인하려면 지구 역사상 한 번도 도달한 적 없는 극도로 높은 에너지 입자가 필요합니다. 앞으로도 관측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뜻입니다. 결국 우리가 시뮬레이션 속에 있는지 증명할 방법은 없습니다.

 

저는 여기서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현실 자체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자율주행 자동차는 센서 신호를 인공지능이 해석해 주변 현실을 시각화합니다. 우리도 똑같습니다. 시각, 청각, 촉각 등 모든 감각 정보를 뇌에서 모아 해석한 결과를 '현실'이라고 인식합니다. 항상 앞에 있어서 손으로 만지면 촉감이 느껴지니 현실이라고 판단하지만, 만약 시각 정보만 있고 촉각이 없다면 홀로그램이라고 의심하죠. 즉, 우리가 받아들이는 정보가 일치해야 현실로 느끼는 겁니다.

일반적으로 현실은 객관적으로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현실이란 정의는 지극히 주관적입니다.

 

우리는 뇌 신경세포의 전기 신호(0과 1)를 통해 세상을 인식합니다. 이게 디지털 세계와 다를 게 뭘까요? 인구의 3%는 이미지를 머릿속으로 시각화할 수 없는 아판타시아를 가지고 있습니다. 2015년 옥스포드대 신경학자 아담 지먼이 명명한 이 증상은 상상력이 없는 게 아니라 세상을 경험하는 또 다른 방식입니다. 기억력 테스트에서는 표준과 비슷했지만, 가상 시나리오를 만들 때는 더 적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그럼 그분들은 꿈을 어떻게 꾸나요?"라는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결국 현실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시뮬레이션 우주를 검증하는 건 당연히 불가능합니다. 신이 세상을 창조했고 이곳이 현실이라는 주장과, 누군가 컴퓨터로 가상 세계를 만들었고 여기가 디지털 공간이라는 주장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증거를 찾지 못하는 한 둘은 본질적으로 같습니다.

아이작 아시모프 추모 토론회에서 뉴욕대 철학과 데이비드 채머스 교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시뮬레이션 속에 있지 않다는 증거를 찾지 못할 것입니다. 어떤 증거든 이미 시뮬레이션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못 찾습니다. 그럼 왜 이런 연구를 할까요? 과학자들은 백화점 정문 앞까지 차를 몰고 가 손님을 내려주고,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갑니다. 본인은 백화점에 들어가지 못하지만, 대중을 진리 가까이 데려다주는 게 목표입니다. 뭔가를 판단하고 결론 내리는 게 아니라, 최대한 가까운 곳까지 데려다주는 게 과학자의 사명입니다.

 

저는 이 비유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과학이 판사가 아니라 운전기사라는 표현이 과학의 본질을 정확히 짚었다고 봅니다. 증명할 수 없다고 해서 탐구를 멈추는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발견하는 과학적 접근법 자체가 가치 있습니다. 매트릭스라는 제목 하나에 양자역학, 행렬, 시뮬레이션 우주론이 모두 담겨 있다는 사실이 여전히 놀랍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jVKVkQIXiaA